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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지나간다 -- 편혜영 소설집

책 이야기

by v2good 2013. 8. 21.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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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젊은 작가군에서 두드러진 모습을 보이고 있는 편혜영의 소설집 '밤이 지나간다'을 지난 휴일에 읽고

다시 복기해서 글을 쓰려니 역시 머리의 한계에 부딪힌다.

역시 꼼꼼히 생각하며 기록하며 읽는 것보다 그냥 그 느낌을 따라가는 쾌락적 독서방식으로 읽기 때문인 것 

같다. 편혜영의 소설은 '저녁의 구애'를 읽고, 그 다음 '사육장쪽으로'를 읽고 난후 좋아하는 젊은 작가 중의 

한사람이 기억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다시 이 신간책을 읽어 보았다. 

편혜영의 글은 전체적으로 여성작가임에도 꼼꼼하게 뜯어서 글을 쓰기보다 진폭이 큰 움직임에 내밀한

묘사에서는 끝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느낌이다. 여기까지만 속살을 드러냈으면 싶은데도 뻔뻔스럽게 인간의

본질을 끝까지 까뒤집어 완전 소탕해서 표현하는데는 두손 다들고 말았다..

아직은 박완서 작가등의 치밀한 글구성에 비해서 부족해  보이지만 끝까지 내면을 물고 늘어지는 솜씨만은

인정해 줄만 한 것 같다.

책에 수록된 편혜영 작가의 말의 일부를 그대로 옮겨본다.

" 여기에 실린 소설의 주인공들에게, 하찮은 비밀조차 없어 돌연 인생이 시시하다 느끼고, 무엇을 지키는지 모르게

 정밀하게 거짓말의 내면을 구축하고, 통증의 유일성으로 자존감을 유지하고, 거짓말의 허세로 자신을 공고히 하고,

 내키지 않는 결정을 미뤄지기를 바라느라 약속을 늦추고, 결별에도 육중한 평정심을 잃지 않고, 불완전한 예감과 

 의심에 속아 불안을 앓은 그들에게도 고맙다. 나 대신 야전에서 북풍을 맞아준 것에 대한 감사다."

 

추가로 문학평론가 조연정님이 쓴 해설의 일부를 그대로 옮겨본다.

" 인간의 사소한 감정을 무턱대고 분출하지 않으면서도 일상의 작은 기미들을 포착하는 정확한 능력에 있어서라면,

  그리고 그 사소한 기미들이 세계의 거대한 비밀을 건드리는데까지 나아가도록 이끄는 과감한 솜씨에 대해서라면

  편혜영은 시작부터 고수였다. 그녀의 서늘하면서도 섬세한 손길은 이제 인간 개개인의 내밀한 비밀의 세계를

  만져보는데까지 뻗어 있다. 세계의 서늘한 비밀과 개인의 내밀한 비밀을 오가는 그녀의 섬세한 손짓은 우리에게 

  또 어떤 낯선 이야기를 들려주게 될까. 편혜영은 밤이 지나가는 기운을, 이만번의 밤을 보내고도 익숙해질수 없는

  그 서늘하고도 낯선 기운을 가장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그런 그녀가 보여주는 아침의 기운을,

  희미한 삶의 기미를 어떻게 외면할 수 있을까. '밤이 지나간다' 이 문장은 명백히 현재형의 문장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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